부지현의 작업은 인간 지각의 감각적 현상을 공간 속에서 구현하며, 관람객의 감각적 경험을 통해 현존을 느끼게 한다. 그는 공간 자체의 고유한 분위기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정서적 관계에 주목하는데, 공간을 단순히 물리적 환경으로 보기보다 감각의 층위에서 해석하며, 관람자가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정서적 공간을 설계한다. 부지현은 특히 옛 영화관을 사용하여 빛과 어둠, 그리고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수증기의 온도, 레이저의 원근감, 소리, 그리고 공간에 깃든 눅눅한 냄새까지 활용하여 감각적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몰입적 환경을 조성한다. 이와 같은 비물질적 장치들은 나타남과 사라짐을 반복하며, 관람객에게 끊임없는 변화와 움직임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출을 통해 부지현은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안하며, 공간 속에서 관람객이 행위 주체로서의 존재를 인식하도록 한다. 그의 작업은 하나의 세계가 형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체험하게 하며, 관람객과 작품이 상호작용하면서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