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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더위[분류 : 네위디]
왕 더위는 대만의 그린 아일랜드 화이트 테러 기념 공원에서 전시할 작품을 준비하던 중, 제주비엔날레에 출품 제안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는 대만과 한국의 현대사 사이에 존재하는 섬뜩한 유사성을 발견한다. 작품을 위해 제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그는, 마치 보이지 않는 실이 그린 아일랜드와 제주라는 멀리 떨어진 두 섬을 묶어 운명의 평행선을 따라 인도하는 것처럼 느꼈다. NASA의 세계 해류 역학 비디오는 적도에서 시작해 북위 33.22도의 제주도와 북위 약 22.4도의 그린 아일랜드를 연결하는 쿠로시오 해류의 강력한 흐름을 보여 준다. 왕 더위는 인간이 바다에서 물고기로 변신할 수 있다면, 1950년대의 억압적이고 부당한 시기를 겪었던 수많은 무고한 영혼들이 이 따뜻하고 맑은 해류를 따라 자유롭게 헤엄치며 그 시대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작품 〈N33.22〉는 그린 아일랜드 신생 교도소에서 고초를 겪었지만 석방된 후 재활에 힘쓰던 정치범 차이 쿤 린 선생을 추모한다. 왕 더위는 이 작품을 통해, 짙고 푸른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대만과 제주도 사이의 거리를 넘나들며 인사를 건네고, 두 섬이 공유하는 고통의 역사를 통해 냉전으로 희생된 영혼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