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쉔 차오량[분류 : 누이왁]
쉔 차오량은 〈스테이지〉, 즉 이동형 무대차라는 독특하고 키치적인 문화를 통해 대만이라는 존재를 영리하게 드러냈다. 대만은 그 자체로 표류하는 섬이다. 이 꽃 같은 대만은 화려하게 국제사회의 이목을 이끌어내야 하지만, 동시에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존재로서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그 정체성과 경계가 고착되고 단련되었다. 〈드리프팅〉은 〈스테이지〉에 이어 다시 한 번 계엄령과 민주화 이후의 대만 사회를 가시적이고 복합적으로 보여 주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는 전국의 국토를 부지런히 순례하며 대만의 풍경을 복잡하게 얽힌 지정학적 위기와 관계의 맥락에서, 세계화와 지역주의라는 양가적인 관점으로 묘사한다. 중국은 4천 년 동안 대륙에 세운 역사 위에 이제 해양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스프래틀리 군도에서의 지배력 확장과 영향력 과시를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러한 해군력의 증강은 자연스럽게 대만의 수복이 명분만 만들어지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로 기정사실화되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의 시선과 달리, 대만인들이 이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원주민, 내성인, 외성인으로 완전히 나누어진 특유의 상황으로 인해 복잡성을 띨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중국의 해양 강국으로의 도약과 대만 영토 수복은 동아시아에서 미 해군력 증대를 통해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이는 제주의 강정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이 중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유추할 수 있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