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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분류 : 사바당]
이은봉은 유목과 각목을 활용해 철새떼의 궤적과 쿠로시오 해류를 묘사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특정한 형태를 정형화하기보다 바다와 하늘의 차원을 공작하듯 다루어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단호하게 잘라낸 풍경은 새의 윤곽을 다듬는 것을 부추기며, 새는 바람과 바다가 서로 교환되는 힘에 의해 더욱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이 배경을 향해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은 거대하고 균일한 나무 질감 속에서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연출한 메타포는 공기, 높은 고도, 빛과 부드러운 바람, 강한 호흡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은봉은 세상의 진실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희비극을 조명하며, 관람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한 개인적 서사에 그치지 않고, 제주라는 지역이 지닌 보편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내며, 지역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